자폐스펙트럼장애의 연구 역사, 유병률, 최근 동향에 대해, 다음 순서로 살펴보자.
1)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역사
2) 유병률과 역학
3) 연구와 논쟁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역사
20세기 이전의 개념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에도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사례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러한 특성을 단순한 정신적 문제나 사회적 고립으로만 인식했다. 종교적 관점에서 악령이 씌었다거나, 부모의 양육 방식이 원인이라는 오해가 널리 퍼져 있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가 되면서 장애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조금씩 시작되었으나, 여전히 체계적인 개념 정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너와 아스퍼거의 연구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이다. 1943년, 미국의 소아정신과 의사 레오 카너는 자폐적 행동을 보이는 11명의 아동을 연구하여 '유아기 자폐증'이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그는 이들이 심한 사회적 고립과 제한된 관심사를 보이며,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는 특징을 발견했다.
비슷한 시기, 오스트리아의 한스 아스퍼거 역시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아동을 연구하고 '자폐성 정신병'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언어 발달이 양호하면서도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관찰했으며, 이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진단 기준의 변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차례 변화했다. 1980년 DSM-III에서는 '유아기 자폐증'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었고, 이후 DSM-IV에서는 자폐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비전형적 자폐 등을 포함하는 '전반적 발달장애(PDD)'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자폐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2013년 DSM-5에서는 모든 개념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로 통합되었다.
유병률과 역학
국가별 유병률 비교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병률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에 따르면 8세 아동 기준으로 1000명당 약 27명이 ASD 진단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1년 조사에서 7~12세 아동 1000명당 26명꼴로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 유사한 수치를 보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1000명당 30명을 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연구 방법, 진단 기준, 사회적 인식 차이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별에 따른 차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남성에서 더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 대 여성의 비율이 약 4:1 정도로 나타난다. 이러한 성별에 따른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과 함께 진단 편향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여성의 경우 자폐 특성을 비교적 잘 감추거나 사회적 기대에 맞추어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어, 실제보다 낮은 유병률이 보고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여성이 진단을 받기 위해 더 심각한 증상을 보여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영향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가정의 경제적, 교육적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차이는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부모가 자녀의 발달 이상을 더 민감하게 인지하고,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유병률보다 낮게 보고될 수 있다.
연구와 논쟁
유전적 요인 연구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족력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형제자매가 있을 경우, 다른 형제도 진단받을 확률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정 유전자 변이가 ASD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하지만 단일 유전자가 아닌 여러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행동 및 인지 연구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행동적, 인지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는 '마음이론(Theory of Mind)' 결핍 이론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이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개념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 장애가 ASD의 특징적인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이 융통성 있는 사고나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진단 기준 개정 논란
DSM-5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하위 유형을 없애고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통합한 것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전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받던 사람들이 DSM-5 기준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부 환자들은 지원과 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또한, 자폐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현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발전된 진단 기준과 치료 방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요약 정리
1) 자폐스펙트럼장애는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었으며, 카너와 아스퍼거의 연구를 통해 개념이 정립되었다.
2) 유병률은 국가별, 성별,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최근 진단 기준 변화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3) 유전적 요인, 행동 및 인지 연구, 진단 기준 개정 등의 연구가 지속되며,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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